올 상반기 최고 로맨스, 은애하는 도적님아

2026년 상반기, 안방극장에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안긴 로맨스 사극이 등장했다. 바로 은애하는 도적님아. 도적이 된 여인과 그녀를 쫓던 조선의 대군이 운명처럼 얽히며 펼치는 이 이야기는 단순한 연애극을 넘어 시대의 억압과 신분, 정의와 감정 사이의 줄다리기까지 담아내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극의 매력 포인트를 중심으로, 이 드라마가 왜 “올해 최고의 로맨스”로 꼽히는지 찬찬히 짚어보려한다.

도적이 된 여인, 스스로를 구한 서사

주인공 홍은조는 원래 이름만 들으면 모두 고개를 끄덕이던 양반가 규수였다. 하지만 집안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아버지가 반역 누명을 쓰고 끌려가는 순간, 그녀는 선택해야 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서. 그렇게 그녀는 '도적'이라는 이름을 스스로에게 입힌다. 천하제일 도적으로 불리게 된 그녀의 삶은 분명 도망치는 삶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속에서 비로소 진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홍은조는 누구의 보호도 받지 않는다. 남성 캐릭터의 구원 없이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안다. 복수를 위해 칼을 들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녀는 복수보다 정의에 더 가까워진다. 관청의 부패를 폭로하고, 백성의 억울함을 대신 풀어주는 그녀의 행보는 '도적'이라는 낙인을 지우는 데 충분하다. 특히 매회마다 보여주는 그녀의 선택들은 단순한 감정이 아닌 깊이 있는 사고의 결과다. 그래서 홍은조는 강인하지만, 동시에 인간적이다. 불안하고 흔들리지만 끝내 나아가는 사람. 그 모습이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대군과 도적, 서로를 이해하게 된 이유

이열 대군은 처음부터 냉정하고 계산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신중한 성격, 단호한 판단, 그리고 무엇보다 왕족이라는 위엄.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충실한 인물이다. 도적을 쫓아야 한다는 왕의 명을 받고, 홍은조를 추적하면서도 개인적인 감정을 배제하려 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녀가 단순한 범인이 아님을 깨닫는다. 그녀의 말, 그녀의 눈빛, 그리고 그녀가 지키려 했던 사람들까지. 모두 그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열은 법을 중시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홍은조를 만나고 난 후 그는 묻는다. 과연 그 법이 항상 정의로웠는가. 과연 그 정의가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유지된 건 아닌가. 은조를 처음 만났던 그 장면에서 "넌 도적이다"라고 말하던 그가, 후반부에서는 "너의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 변화는 단순한 사랑 때문이 아니다. 그건 그녀를 통해 세상을 다시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둘의 관계가 특별한 건, 로맨스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홍은조와 이열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 도적과 대군, 절대 섞일 수 없는 위치에서 시작된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되는 그 여정. 그게 바로 이 드라마의 진짜 감정선이다.

로맨스에 긴장감을 더한 시대극의 미학

사극 로맨스는 자칫 진부해질 수 있다. 그러나 은애하는 도적님아는 그 틀을 부수고 나왔다. 시대 배경은 조선이지만, 캐릭터는 지금 이 시대의 사람처럼 말하고, 고민하고, 선택한다.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로맨스의 중심엔 감정이 있지만, 그 감정을 뒤흔드는 건 늘 시대의 벽이다. 신분, 명예, 가족, 정치, 그리고 목숨까지. 그런 배경 속에서 피어난 감정이기에 더 절실하고, 더 애틋하다. 특히 각 회마다 등장하는 추격전과 액션 장면은 연출의 묘미를 잘 살려냈다. 홍은조의 도약, 이열의 검술, 둘의 대치 장면은 단순한 시각적 볼거리를 넘어서 긴장감과 감정의 흐름까지 함께 담아낸다. 게다가 음악과 조명, 카메라 워크까지도 감정선에 맞춰 자연스럽게 호흡한다. 단순히 멋진 장면이 아니라, 시청자의 몰입을 돕는 디테일한 구성이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는 '로맨스'가 전부가 아니다. 웃음과 눈물, 정의와 타협, 진실과 왜곡의 경계를 끊임없이 건드린다. 그래서 보고 나면 단순히 설레는 여운이 아니라,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질문’을 남긴다.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며 문득 생각했다. 내가 홍은조였다면, 내가 이열이었다면, 과연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은애하는 도적님아는 단순한 사극 로맨스를 기대하고 본 시청자에게 훨씬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탄탄한 캐릭터, 설득력 있는 서사, 시대를 넘나드는 감정선까지. 이 드라마가 상반기 최고의 로맨스로 꼽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사랑 이야기이지만, 단지 사랑만으로 완성되지 않았기에 더욱 단단한 작품. 그 여운이 드라마가 끝난 이후에도 오래도록 남는다.